QUESTION 01
감정평가란 무엇인가
국가자격을 가진 감정평가사가, 정해진 기준과 방법에 따라 재산의 가치를 판정해 숫자로 제시하는 일입니다.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로 꼽히는 곳입니다.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배가 향신료와 비단을 싣고 돌아오면 그 화물의 가치를 근거로 배당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화물이 얼마짜리인가"를 두고 저마다 부르는 값이 달랐습니다. 믿을 만한 기준으로 값을 매겨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인데, 오늘날의 감정평가가 푸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편의점 과자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만 집이나 땅에는 없습니다. 층수와 향, 지하철역까지의 거리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집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부르는 값도 다릅니다. 그래서 "이것이 정확히 얼마짜리인가"라는 질문에 믿을 만한 답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핵심은 정해진 기준입니다. 집주인이 부르는 값도, 사려는 사람이 깎고 싶은 값도 아닙니다.
주변 거래사례나 건축비, 임대수익 같은 근거를 놓고 정해진 방식대로 계산합니다.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과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감정평가 실무기준에 따릅니다.
그래서 감정평가는 값을 '매기는' 일보다 값을 '판정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판정에는 근거가 남고, 그 근거는 나중에 다른 사람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값은 대출과 매매, 세금, 재개발 보상, 상속·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처럼 생활 곳곳에서 쓰입니다.
QUESTION 02
부동산 앱에는 10억이라는데 감정평가는 왜 9억인가
시세는 지금 시장이 부르는 값이고, 감정평가액은 정해진 기준으로 계산한 값입니다. 서로 다른 것이 오히려 정상입니다.
시세는 지금 이 순간 시장에서 사람들이 사고팔려고 부르는 값입니다. 매물 호가와 최근 거래가격이 모여 만들어지는 살아 있는 가격인데, 사람의 마음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여유를 부려 올려 둔 호가일 수도 있고, 급히 팔려는 급매가일 수도 있습니다. 뉴스나 대출 규제 소식 하나에도 며칠 만에 오르내립니다.
감정평가액은 다르게 만들어집니다. 자격을 가진 감정평가사가 법령이 정한 방법에 따라 산출합니다. 기준시점을 정해 두고 객관적 근거만으로 계산하므로 오늘 뉴스 하나에 바뀌지 않습니다. 대출과 세금, 소송처럼 나중에 "왜 이 값인지"를 설명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둘이 다른 것은 어느 한쪽이 틀려서가 아니라, 애초에 목적과 방법이 다른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값을 정하는 세 가지 방법 보기
QUESTION 03
무엇이 값을 좌우하는가
입지와 개별 요인, 법적 조건, 건물 상태, 개발 가능성, 그리고 시장 전체의 상황이 함께 작용합니다.
"같은 동네인데 왜 저 집과 우리 집의 값이 다른가" 하는 궁금증이 여기서 풀립니다.
- 입지 — 지하철역이나 학교까지의 거리, 큰 도로에 접해 있는지, 주변에 편의시설이 있는지.
- 개별 요인 — 같은 건물 안에서도 층수와 향, 조망에 따라 값이 갈립니다. 땅이라면 모양과 면적이 중요합니다. 반듯한 사각형 땅이 활용하기 좋으니 더 높게 평가됩니다.
- 법적 조건 — 이 땅을 어떤 용도로 쓸 수 있게 지정돼 있는지(용도지역), 건물을 얼마나 높고 크게 지을 수 있는지.
- 건물의 상태 — 지어진 지 얼마나 됐는지, 관리 상태가 어떤지.
- 앞으로의 가능성 — 재개발이나 지하철 신설 같은 개발 계획이 있다면, 지금은 낡은 건물이라도 그 가능성이 값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다만 얼마나 반영할지는 그 계획이 얼마나 확정됐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 시장 전체의 상황 — 금리가 오르내리거나 정책이 바뀌면, 같은 물건이라도 시점에 따라 평가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정평가액은 물건 자체의 특성과 그 물건을 둘러싼 시장 상황이 함께 맞물려 만들어지는 값입니다.